부모교육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 첫 자녀의 탄생은 가족의 역동성 (family dynamics)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감격의 경험으로 이들은 새내기 부모 역할을 하게 되면서 많은 흥분과 좌절을 겪는다. 부모는 자녀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적 환경으로 부모역할이 인간의 어떤 역할보다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체계적인 부모됨의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부모가 된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녀의 사회화(socialization)이다. 이는 자녀를 양육하고 정신적으로 독립시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발달단계에 적절한 양육과 훈육을 해야하며 자녀의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모든 측면의 발달을 조장하고 촉진하는 리더이자 그 자체로서 환경이 된다. 부모교육은 부모가 이런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자녀의 성장과 발달 및 자녀교육에 대한 적절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함으로서 부모자신의 자아존중감을 증진시키고 부모를 변화시킴으로써 자녀교육을 증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모교육을 접해보지 못한 우리들은 어쩌면 부모로서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랑만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랑을 지혜롭게 표현하지 못하여 자녀에게 오히려 고통과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부모교육은 아동측, 부모측, 사회적인 측면 모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동 측에서는 부모가 부모교육을 통해 효율적으로 자녀를 교육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다. 부모 측에서는 부모들이 부모 교육을 통해 자녀를 보다 잘 양육할 수 있는 지식과 아동발달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들을 배우게 됨으로써 자신감과 통찰력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자녀교육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즉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됨이 어떤 것이며, 자녀는 부모에게 어떤 존재이며, 부모 역할에는 어떤 희생과 준비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기대를 갖게되며, 자녀의 양육에 있어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도 인식하게 된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정부나 국가에서 투자의 효율성을 고려해 볼 때,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청소년, 성인을 교화하고 치료하기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교육시킴으로써 효율적인 부모역할을 통해 질 높은 인적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의미 외에도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며 각 가족에서 요구되는 부모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각 가족의 요구에 부합하는 부모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미래 적응력이 높은 자녀를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 부모들은 어떤 형태의 부모교육이라도 참여하여 자신을 교육, 재교육시킴으로써 부모됨의 성숙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자가 최종 승리자가 된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우리가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세상은 변화해 간다. 그리고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런 필수적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을 고집하면서 많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인간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영역 즉 인지적 영역(cognitive domain) 정서적 영역(affective domain) 운동행동적 영역(psycho-motor domain)의 변화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삶에 있어 뭔가 적응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먼저 나의 편에서 어떤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변화해 보고 싶은 동기 내지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낼 때 문제의 해결을 접하게 된다. 상담이나 교육은 이 세 가지 영역의 변화를 확실하게 만들어 냈을 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영역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고 그것이 습관화 될 때 변화는 마무리 된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것을 행동으로 연결하여 습관화 시키는데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들의 변화에 대한 반응양식은 다양하며 비슷한 시기에 행해졌던 두 케이스의 상담은 변화라는 주제를 놓고 볼 때 묘한 대조를 이룬다. 50대의 한 부인은 남편이 우직하고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다하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기 때문에 재혼을 했다. 그러나 그 남편에게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이 있었고 남편의 최고 우선순위는 아들 그 다음이 아내였다. 이 사실이 아내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고 불면증까지 갖게 되어 상담실을 찾은 것이다. 아내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럼 딱 한번만 만나겠다'며 상담소를 찾은 남편은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저항을 하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데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나는 절대로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아내는 참고 살아 보겠다며 떠났지만 1년이 지난 최근 다시 찾아와 동일한 아픔을 호소하며 이혼에 대한 준비를 논의하였다. 남편은 프로그래머이고 아내는 아티스트인 40대 부부가 상담소를 찾아왔다. 남편은 그야말로 성공한 1.5세로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면의 성숙되지 못한 자아로 인해 미성숙한 행동으로 아내와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그는 거의 일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정해진 시간에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하였다. 한편 그의 아내는 때로는 감사하며 때로는 감격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남편의 변화를 모니터링 했다. 이제는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알게되고 변화할 수 있는 힘이 생긴 남편은 지난 주 전화에서 '이제까지의 지엽적인 변화를 기초로 자신의 삶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화의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자는 강한 자도 머리가 좋은 자도 아니라 변화에 맞춰 적응해 가는 자가 최종 승리자라는 다아윈의 말처럼 그는 자기 인생의 승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의 변화의 작업들을 도우며 때로는 사람 마음의 변화가 태산을 변화시키기보다 더 어려운 작업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변화에의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도달할 목표가 보이기 때문에 신나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현재라는 이 시간은 고뇌하고 괴로워할 때가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된다. |
아버지의 그림자
미국에 이민와 십 수년 간 최선을 다해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교육시킨 50대 초반의 한 남성이 울분에 차서 상담소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담배도 안 피우고 술 한잔 안 마시며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아내에게 다 갖다 바쳤는데도 불구하고 가정경제는 바닥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아주 기본적인 대접도 못받고 부부간에는 불화가 생기고 특히 아들에게도 무시를 당해 아버지의 자리가 없어진 것 같아 집을 나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담자는 그에게 먼저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음을 인정하고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 온 자신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그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과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이 되어 비춰 보여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나도 힘들었지만 우리 모든 가족들도 힘들었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약간은 진정이 되었다. 그런 다음, 부부관계는 이혼을 하면서 '전남편(ex-husband)' '전부인(ex-wife)'으로 역할이 바뀌지만 아들과의 관계는 이혼을 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도 그 관계가 '전부모' '전자식'으로 바뀔 수 없고 영원하다고 했더니 그는 아들과의 화해를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는 갈등의 세월 만큼이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작이 반이니까 잘 될 것으로 믿고 상담을 진행하였고 결국 아들과의 관계는 잘 해결이 되었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하여 일단은 상담을 종결시켰다. 이 남성을 상담하면서 가족 부양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이 세상의 남자들에게 격려와 함께 이런 충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그 뒤에 돌아오는 허무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우직하게 부양자의 역할에만 최선을 다 하지는 마십시오.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나 보상도 있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배려와 가족을 배려하는 것 사이에 적정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이 됩니다." 댁의 자녀가 11학년 인가요? (11학년 증후군) 한국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의 문제는 어떤 것 보다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반영하듯이 필자가 일하던 오렌지 카운티 한미 가정 상담소의 전체 상담 중에서 자녀 양육 및 부모-자녀 관계 상담은 부부갈등과 함께 최고의 부분을 차지했었다. 부모 교육이나 상담에서 부모들의 하소연은 여러가지다. "우리 아이가 이상해 졌어요."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던 아이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성격이 난폭해지고 부모에게 반항을 하고 집을나가려고 하고 컴퓨터에 몰두하고 마약에 손을 대고 외모에 지나친 신경을 쓰고 자해를 하거나 어떤 극단적인 경우는 온 가족이 살고 있는 미국을 떠나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 가겠다고 우기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힘든 상황을 만들어 내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은 절망한다. 이런 분들에게 ‘자녀가 11학년 인가요?' 라고 질문하면 '예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라고 반문한다. 인간 발달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하는 방식은 학자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대별된다. 발달을 양적으로 보는 견해와 질적인 변화로 보는 것이다. 발달은 양적이기도 하지만 발달의 영역에 따라 그리고 시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있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으며 11학년은 그런 변화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다. 부모 뿐 아니라 자신도 힘들게 만드는 이런 현상들이 11학년의 시기에 집중되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들을 힘들게 하는 뭔가가 이 시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는 그 아이를 중심으로 한 상황적인 측면 뿐 아니라 개인 내적인 측면 모두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힘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개인 내적인 발달의 과정에서 볼 때 이 시기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특별한 시기로서 자아가 자라면서 이제껏 부모가 봐주던 자기의 모습과 달라져야 하는 자신의 모습과의 갈등, 부모와 집을 떠나 물리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것 등의 문제가 있다. 상황적으로 볼 때 이 시기는 그들이 앞으로의 진로를 개척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 단계인 대학 및 전공을 결정하고 대학에 지원하는 일들을 해야하며 이것은 본인이 이 시기에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일이다. 이런 개인 내적인 것과 외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덜 영글어진 그들의 가슴이 성숙의 고통을 겪어 내느라 질풍노도가 일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생각들이 그들이 실제 상황에서 행동을 할 때 보다 더 힘든 불안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보도를 통해 세계의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진 참사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물론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질풍노도가 11학년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진 같은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우리의 자녀들이 힘든 이 시기를 어떻게 지혜롭게 잘 지나가도록 도울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특별한 시기에 대한 개인 내적인 그리고 상황적인 인식이 없이 단지 그들이 나타내는 행동만을 보고 실망하고 더욱이 그런 실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며 그들을 힘들게 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때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계속하여 이들을 괴롭히다가 다른 이성과 연합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결혼을 하면서 더 큰 문제로 나타날 것을 생각하면 이 시기에 모든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있다. 11학년을 가까이 하고 있는 모든 부모님 교사 형제 자매 및 여러분들께서는 그들을 돕는 첫 번째 단계로 이들에 대한 전투 자세를 풀고 온 몸과 마음에 사랑을 가득 품고 그들을 존중하며 얼마나 괴로우면 저런 행동을 할까를 아이편에 서서 이해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때로는 전문가를 찾아서라도 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성숙의 과정을 통과할 수 있게 돕기를 권하고 싶다. |